부모님 보험 서류를 처음 꺼내 보는 자리는 대개 비슷합니다. 증권 몇 장과 오래된 약관, 자동이체 내역이 섞여 있고, 그중 어느 것이 실손인지부터 헷갈립니다. 5세대 실손이 출시된 뒤로는 여기에 "갈아타는 게 낫다더라"는 말까지 얹힙니다.
대신 알아보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지냐 전환이냐를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 선택은 뒤에 와도 됩니다. 앞에 놓아야 할 것은 지금 계약이 조용히 사라질 수 있는 지점들입니다. 실제로 손실이 크게 나는 경우는 잘못된 선택보다 방치와 미응답에서 나옵니다.
이 글은 그 관리 항목만 정리했습니다. 기준일은 2026년 9월 18일이며, 제도 내용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공개 자료와 보험회사 공시 약관을 따랐습니다.
목차
- 시작은 금액이 아니라 계약이 몇 세대인가입니다
- 갈아타면 사라지는 항목과 남는 항목
- 70대에 심사에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 정작 계약이 사라지는 경로는 따로 있습니다
- 가장 나쁜 결말은 보험료를 못 내는 상황입니다
-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셨다면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 11월까지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납니다
- 자녀가 대신 해서는 안 되는 것
- 확인 순서표
- 자주 묻는 질문
1. 시작은 금액이 아니라 계약이 몇 세대인가입니다
실손은 판매 시기에 따라 보장 구조가 통째로 다릅니다. 같은 "실비보험"이라도 2009년 9월 이전 계약과 2026년 5월 이후 계약은 사실상 다른 상품입니다. 그래서 세대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조언은 전부 무효라고 보셔도 됩니다.
특히 2013년 3월 이전에 가입한 1·2세대 계약은 따로 표시해 두셔야 합니다. 이 시기 계약에는 재가입 조항이 없습니다. 지금의 보장 조건이 계약 기간 내내 유지된다는 뜻이고, 이후 세대에는 없는 성격입니다. 전환은 그 성격을 내려놓는 선택이 됩니다.
세대는 증권의 가입일과 상품명으로 가려낼 수 있고, 계약 목록 자체가 불분명하다면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에서 보유 계약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어느 회사 어느 상품인지가 확정돼야 그다음 단계가 진행됩니다.
2. 갈아타면 사라지는 항목과 남는 항목
전환을 검토한다면 무엇이 없어지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5세대에서 달라지는 지점 가운데 고령 계약에 실제로 영향이 큰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와 비급여 주사제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특약을 붙여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무릎이나 허리 때문에 이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계시다면, 다른 항목을 따질 필요 없이 여기서 판단이 갈립니다.
둘째, 중증이 아닌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이 50%가 되고 연간 한도가 1,000만원으로 묶입니다. 1세대는 비급여를 사실상 전액 보장했으므로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칸입니다.
셋째, 급여 통원의 자기부담금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에 연동됩니다. 본인부담률이 높게 매겨지는 큰 병원 외래를 자주 이용하시면 그 비율이 그대로 본인 몫이 됩니다. 대학병원 정기 진료를 다니시는 경우 체감이 큽니다.
반대로 남는 것도 있습니다. 암·뇌혈관·심장처럼 산정특례에 해당하는 질환의 비급여는 5세대에서도 별도 특약으로 보장되고, 그 특약의 보험료는 60대에도 월 몇 천 원 수준으로 공시돼 있습니다. 큰 병에 대비하는 기능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1·2세대의 한도와 공제 금액은 회사·가입 시점·표준형 여부에 따라 다릅니다. 인터넷에 도는 세대 비교표는 대표값이므로, 실제 판단은 부모님 계약의 약관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3. 70대에 심사에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알아보는 분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대목이 이것입니다. "5년마다 다시 가입해야 한다는데, 그때 아프시면 거절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거절되지 않습니다. 5세대 보험약관 제53조는 회사가 기존 계약 가입 이후에 발생한 상해나 질병을 이유로 재가입을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재가입이 가능한 나이는 99세까지, 보장은 100세 계약해당일까지입니다. 재가입 시점에 치료를 받고 계시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가입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냐면, 그 시점에 판매 중인 상품의 조건으로 계약이 다시 맺어진다는 점입니다. 오늘 붙어 있는 한도와 자기부담 상한이 5년 뒤에도 같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손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보장이 한 겹씩 얇아져 왔고, 60세에 가입하면 100세까지 이 절차를 여덟 번 거칩니다.
4. 정작 계약이 사라지는 경로는 따로 있습니다
이 항목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재가입은 자동으로 넘어가는 절차가 아닙니다. 약관에 적힌 흐름을 순서대로 펴면 이렇습니다.
- 회사는 변경주기가 끝나기 전에 두 번 이상 재가입 요건과 보험료, 절차를 안내하고 의사를 확인해야 합니다.
- 계약자가 재가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재가입이 성립합니다.
- 의사를 확인하지 못하면(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포함) 직전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일단 연장됩니다. 이 연장분은 90일 이내에 취소하면 납입보험료를 전액 돌려받습니다.
- 그러나 이 연장은 회사가 의사를 확인한 날 또는 보험기간 종료일로부터 1년 중 빠른 날까지만 유지되고, 그 뒤에는 해지됩니다.
즉 가만히 두면 다음 세대로 자동 이월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두면 최대 1년의 유예를 거쳐 실손이 없어집니다. 70대·80대에 우편물이나 문자를 놓치는 일은 드물지 않고, 이사나 번호 변경이 겹치면 안내 자체가 도달하지 않습니다.
대신 관리하는 입장에서 할 일은 분명합니다. 보험사에 등록된 주소·연락처를 최신 상태로 맞춰 두고, 재가입 시점을 달력에 표시해 가족이 함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전환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부모님 계약이 이미 재가입 주기가 있는 세대라면 똑같이 해당됩니다.
5. 가장 나쁜 결말은 보험료를 못 내는 상황입니다
이론적으로 유리한 계약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계약은 다릅니다.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이 실효되면 보장은 통째로 사라지고, 1·2세대는 판매가 끝난 상품이라 되돌아갈 창구도 없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낸 자료에는 1세대를 유지하는 60대의 월 보험료가 남성 약 15만원, 여성 약 20만원 수준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대형 손해보험사 여섯 곳을 기준으로 한 예시이고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는 각주가 붙어 있지만, 소득이 줄어든 뒤에도 이 금액을 계속 낼 수 있는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는 수준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60대 여성이 5세대로 전환하면 월 4만원대가 되는 예시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참고로 5세대 보험료 자체는 2026년 9월 18일 공시 기준으로, 60세가 기본계약에 특약을 모두 붙였을 때 월 2만원대에서 5만원대 범위에 분포했습니다. 표준 가입기준(1년만기·1년납·월납·최초계약기준·상해1급)으로 조회한 비교용 예시값이고, 같은 나이·같은 보장인데도 회사 간 차이가 두 배 넘게 벌어집니다. 그래서 "60대는 월 얼마"라고 못 박은 숫자는 그대로 믿지 마시고 부모님 조건으로 조회해 보셔야 합니다.
시장 전체의 선택도 참고가 됩니다. 1·2세대 보유 계약 1,640만여 건 가운데 2026년 7월 말까지 5세대로 자발적으로 옮긴 것은 1만 9천여 건, 비율로는 0.12% 입니다. 다만 이것은 평균의 선택일 뿐, 부모님 상황에서도 유지가 맞다는 근거는 아닙니다.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싶으시다면 축이 다른 글이 따로 있습니다. 60세와 65세의 공시 보험료를 회사별 범위와 중앙값으로 실측한 자료, 그리고 전환이 오히려 유리한 세 가지 경우를 나눠 정리한 글입니다.
6.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셨다면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5세대에는 비급여를 많이 이용하면 다음 해 보험료가 오르는 차등제가 들어 있습니다. 한 보험회사의 약관 요약서 기준으로 2028년 5월 6일부터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 시행일이 모든 보험회사에 공통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 계약의 약관 요약서를 직접 보셔야 정확합니다.
여기에 고령 계약에 의미 있는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장기요양 1·2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의 비급여 의료비는 차등제 산정에서 제외됩니다. 요양 등급을 받고 치료 이용이 많아진 상황에서 보험료 할증까지 겹치는 것을 막아 두는 장치입니다. 해당되신다면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 편이 좋습니다.
7. 11월까지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납니다
지금 결론을 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2026년 11월에 두 가지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 어느 쪽을 택하든 | 내용 |
|---|---|
|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 | 재가입 조건이 없는 2013년 3월 이전 1·2세대를 대상으로, 계약은 그대로 두고 안 쓰는 보장을 빼서 보험료를 낮추는 특약이 생깁니다. 전체 옵션 선택 기준으로 1세대 약 40%, 2세대 약 30% 수준의 인하폭이 안내돼 있고 신청 기한은 없습니다 |
| 전환하는 경우 | 5세대로 옮기면 3년간 보험료의 절반만 냅니다. 다만 6개월 한시로 운영한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고 돼 있고, 3년이 지나면 5세대 보험료 전액을 내게 됩니다 |
지금 해지하면 두 제도를 모두 놓칩니다. 반대로 "언제까지나 미뤄도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전환 할인은 한시 운영이고, 보험회사별 시행일과 신청 절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11월이 되면 부모님이 가입하신 회사에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8. 자녀가 대신 해서는 안 되는 것
정보를 모으고 정리해 드리는 것과 결정을 대신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손은 사람 단위 계약이고, 전환은 기존 계약의 해지를 동반합니다. 한 번 해지한 1·2세대는 다시 가입할 수 없으므로 되돌릴 수 없는 결정입니다.
전환 뒤 일정 기간 안에 무를 수 있는 철회 제도가 있긴 하지만, 조건과 기한이 따로 있어 "일단 해 보고 아니면 되돌리자"는 식으로 기댈 장치는 아닙니다.
부모님 두 분의 답이 서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판단을 가르는 것은 세대보다 최근 1~2년의 실제 청구 내역이고, 그 내역은 각자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분을 한 묶음으로 처리하지 마시고 따로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9. 확인 순서표
| 순서 | 확인할 것 | 어디서 |
|---|---|---|
| 1 | 보유 중인 실손 계약과 가입 시기 | 증권, 내보험찾아줌 |
| 2 | 계약이 몇 세대인지, 2013년 3월 이전인지 | 증권 가입일·상품명, 가입 보험사 |
| 3 | 최근 1~2년 청구 내역에서 도수치료·비급여 주사 비중 | 가입 보험사 |
| 4 | 재가입 주기가 있는 계약인지, 다음 시점이 언제인지 | 약관 요약서 |
| 5 | 보험사에 등록된 주소·연락처가 현재 것인지 | 가입 보험사 |
| 6 | 5세대로 갈 경우의 보험료 | 보험다모아 조회 |
| 7 | 판단이 서지 않는 부분 |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상담 1332 |
5번을 목록에 넣은 이유는 앞의 4번 항목 때문입니다. 연락이 닿지 않아 재가입 의사를 확인하지 못하면 계약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금액을 비교하기 전에 이것부터 맞춰 두시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10. 자주 묻는 질문
Q. 70세가 넘으셨는데 5세대에 가입할 수 있나요?
단정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비교공시에 노출되는 신규 가입 상품은 나이가 올라갈수록 줄어들어, 60대 후반 조회에서는 세 곳까지 내려갑니다. 다만 이 목록은 새로 가입하는 상품 기준이고, 기존 계약에서 전환하는 절차는 가입 중인 회사에서 진행되므로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입 보험사에 직접 문의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전환하면 보험료가 얼마나 내려가나요?
부모님 계약의 세대와 나이, 회사에 따라 갈립니다. 금융당국 자료의 예시에서는 1세대를 유지하던 60대 여성이 5세대로 옮겼을 때 월 4만원대가 됐고, 11월에 시행되는 전환 할인을 함께 받으면 그 절반 수준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다만 그 할인은 3년으로 끝납니다. 4년째부터는 5세대 보험료 전액을 내게 되므로, 장기 부담으로 계산하셔야 합니다.
Q.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얼마나 오를 수 있나요?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현재 위험구분 단위별로 연 25% 이내로 제한돼 있습니다. 약관에 이 상한을 가정한 계산 예시가 실려 있지만, 약관 스스로 단순 예시이며 실제 납입 보험료와 다를 수 있다고 각주를 달아 두었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제도상 허용되는 최대치로만 읽으셔야 합니다.
Q. 부모님이 병원을 거의 안 다니시는데도 유지가 나은가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청구가 거의 없었다면 낮은 자기부담률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채 보험료만 내고 계신 상태일 수 있습니다. 판단선으로 쓸 만한 기준은 직전 1년의 비급여 보험금이 100만원 선을 넘는지, 그리고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를 월 1회 이상 받고 계신지입니다. 둘 다 아니라면 전환 쪽 계산이 유리해집니다.
Q. 증권을 못 찾겠는데 어디서 확인하나요?
보험 가입 내역은 내보험찾아줌(cont.insure.or.kr)에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에 어떤 계약이 있는지 확인한 뒤, 세대와 약관 내용은 해당 보험회사에 요청하시면 됩니다.
정리
- 순서는 세대 확인 → 청구 내역 → 약관 요약서 → 연락처 정비 → 보험료 비교 입니다. 금액 비교는 마지막입니다.
- 재가입 시점에 거절당하는 일은 없습니다. 대신 안내에 응답하지 않으면 최대 1년 뒤 계약이 해지됩니다.
- 장기요양 1·2등급 판정자의 비급여는 차등제 산정에서 빠집니다.
- 11월까지는 유지 쪽에도 전환 쪽에도 선택지가 하나씩 더 생깁니다. 지금 해지하면 둘 다 놓칩니다.
- 최종 판단은 계약 당사자인 부모님 몫이고, 개별 조건은 가입 보험사와 금융감독원 1332 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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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관리 항목만 다뤘기 때문에 세대 판별 기준이나 철회 제도의 세부 조건은 생략했습니다. 아래 두 글에 그 부분이 정리돼 있습니다.
*이 글의 보험료는 2026년 9월 18일 보험다모아(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 공동운영) 조회 기준의 비교용 예시값이며, 제도 내용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공개 자료와 보험회사 공시 약관을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공시값은 바뀌고 개인의 가입조건에 따라 실제 보험료도 달라집니다. 특정 상품이나 보험회사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